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급감, 임대차 시장 불안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격히 감소하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2년 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전셋값은 6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지목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03건으로, 올해 초 대비 33.3% 감소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9.7% 급감한 수치다. 특히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셋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한 4월 셋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2% 상승하며 2019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급 부족과 제도적 변화가 원인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은 2000년대 초반 연간 7~8만 가구가 공급되었으나, 최근에는 3~4만 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감소했다”며 공급 부족을 강조했다. 또한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26.9% 감소한 2만7158가구로 추산되며, 내년에는 1만7000여 가구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인 변화도 매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다. 이로 인해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가 제한되었고, 매물 잠김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2법 시행 후 계약갱신권 행사가 늘며 유통 매물이 급감했고, 실거주 의무 등은 신규 공급을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월세 비중 68.3%로 증가
전세 매물 부족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8.3%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70.3%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월세가격도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50만4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대출보증 축소와 보유세 관련 임대인의 세부담 전가, 전세매물 감소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분석했다. 신보연 세종대 교수는 “임차인은 전세사기 위험을 피하고 임대인은 현금 흐름을 선호하며 월세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임대차 시장의 향후 변수
정부의 보유세 강화와 세제 개편안은 향후 임대차 시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세제를 강화하면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세제 개편의 신중함을 강조했다. 신보연 교수는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 보유자, 장기 임대 공급자와 단기 투자자를 구분하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그렇지 않으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 매물 회복과 시장 안정 위한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과 전세대출 및 보증 제도의 실수요자 중심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랩장은 “매입임대주택 확대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 3기 신도시 공급 가속화 등 실질적인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보연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전세대출과 보증 제도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보완하고, 월세 전환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위원은 “매매 시장만 안정된다고 서민들의 삶이 평온해지는 게 아니다”라며, “주거 사다리 붕괴를 막기 위한 입체적인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대차 시장의 안정은 단기적 해결책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공급 확대와 정책적 보완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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